
솔직히 저는 Peaky Blinders를 처음 봤을 때 '이게 왜 이렇게 유명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범죄 드라마라고 하면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그런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하며 보다 보니, 이 드라마가 단순히 갱스터의 성공담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고독과 불안을 스타일리시하게 포장한 작품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 드라마는 '보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잠기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분위기로 말하는 드라마
Peaky Blinders의 배경은 1919년 버밍엄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다루고 있죠. 여기서 '포스트-워 트라우마(Post-war Trauma)'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는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후유증을 의미합니다. Thomas Shelby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모두 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입니다.
제가 직접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건, 화려한 수트와 느린 슬로우모션, 그리고 Nick Cave나 Arctic Monkeys 같은 현대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는 장면들이 단순히 '멋'을 위한 연출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런 장면들은 사실 인물들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과 고독을 강조하는 장치였습니다. 특히 Thomas Shelby가 긴 침묵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들은, 그가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연출이었죠.
일반적으로 갱스터 장르는 권력을 향한 상승 곡선과 그에 따른 쾌감을 주는데, 이 드라마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올라갈수록 더 외로워지고, 강해질수록 더 많은 것을 잃는 인물들의 아이러니를 그립니다. 제가 처음에 '왜 이렇게 느리지?'라고 생각했던 전개가, 나중엔 '이 속도가 맞구나'라고 느껴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Thomas Shelby, 냉정함 뒤에 숨은 균열
Thomas Shelby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전략가입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상황을 계산하며, 항상 한 발 앞서 움직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캐릭터의 진짜 매력은 그 냉정함이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서 있는가를 보여주는 순간들에 있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Thomas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앓고 있습니다. 여기서 PTSD란 전쟁이나 사고 같은 극심한 외상 경험 이후 나타나는 정신적 반응으로, 악몽이나 회피 행동, 과도한 긴장 상태 등이 주요 증상입니다. Thomas는 전쟁에서 터널을 팠던 기억에 시달리며, 그 상처가 그를 더 냉혹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저는 시즌 3 후반부에서 Thomas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장면을 보며, '아, 이 사람도 결국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통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고립의 서사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출처: British Film Institute](https://www.bfi.org.uk)).
여성 캐릭터들, 특히 Polly Gray나 Grace, Ada 같은 인물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들의 서사는 Thomas의 이야기를 보조하는 방향으로만 쓰인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좀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강렬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선택이나 갈등이 충분히 깊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스타일은 강하지만, 반복되는 구조의 피로감
Peaky Blinders는 분명 영상미와 음악, 연출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하지만 제가 시즌 4, 5로 넘어가면서 느낀 건, 이 드라마가 비슷한 구조를 반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새로운 적이 등장하고, Thomas가 그들과 협상하거나 싸우고, 또 다른 적이 나타나는 패턴이 계속됩니다. 이런 구조는 '파워 밸런스(Power Balance, 힘의 균형)'를 계속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려 하지만, 결국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즌제 드라마는 시즌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갈등 요소를 투입해야 하는데, Peaky Blinders는 갈등의 '크기'만 키울 뿐 본질적인 변화는 없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시즌 5를 볼 때쯤엔 '또 이런 흐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몰입도가 초반에 비해 많이 떨어졌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이 드라마가 '미학'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슬로우모션, 담배 연기, 어두운 조명, 세련된 음악 같은 요소들이 인물의 고통을 멋있게 포장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저는 이런 연출이 때로는 인물의 감정을 희석시킨다고 느꼈습니다. 고통이 '소비되는'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영국의 드라마 비평가들도 이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출처: The Guardian](https://www.theguardian.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가진 매력은 분명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가볍게 보려는 분들보다는, 인물의 심리와 시대적 배경을 곱씹으며 천천히 감상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빠른 전개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지만, 분위기와 캐릭터에 집중하면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제가 Peaky Blinders를 보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이 드라마가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성공이 주는 고독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Thomas Shelby는 모든 것을 얻었지만, 결국 혼자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보고 나면 괜히 말수가 줄고,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입니다. 만약 자극적인 전개보다는 묵직한 여운을 원하신다면, 한번쯤 시간을 내어 천천히 감상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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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youtu.be/gTmtyDkYhY0?si=NjKSaTAh3AxUoJ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