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폴리 아 되(Joker: Folie à Deux)’는 2019년작 ‘조커’의 속편으로, 빌런의 기원을 단순히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 정신의 복잡성과 취약성을 심리학적으로 깊이 탐구한 작품입니다. 특히 이번 속편은 뮤지컬적 연출을 과감히 도입하여, 주인공 아서 플렉(조커)의 내적 세계와 혼란을 노래와 춤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이는 관객들에게 그의 심리적 갈등을 더욱 생생히 체감하게 만들며, 단순히 ‘악당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본성과 사회적 고립을 탐구하는 철학적 텍스트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성격 구조, 대인 관계 속 갈등, 성장과 퇴행의 이중성이라는 세 가지 심리학적 키워드로 영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조커의 성격 구조와 내면의 균열
아서 플렉은 원작 영화에서부터 사회적 소외와 정신질환으로 인해 불안정한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이번 ‘폴리 아 되’에서는 그의 내면적 불안이 더욱 확대되며, 뮤지컬이라는 장치를 통해 자아 경계의 붕괴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아서는 ‘분열적 성격(정신분열적 성향)’을 보이며, 현실과 환상을 분리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특성을 드러냅니다. 무대 위에서 그는 당당하고 자유롭지만, 일상 속에서는 사회로부터 거부당하고 무기력에 잠식된 인물입니다. 이 모순은 곧 그의 내적 자아와 외적 현실 사이의 극단적인 괴리를 의미합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아서의 내면은 원초아(id)와 자아(ego), 그리고 초자아(superego)의 갈등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입니다. 원초아는 욕망과 충동으로, 자아는 사회적 현실의 압력으로, 초자아는 사회가 강요하는 도덕적 잣대로 작동합니다. 아서는 사회적 압력과 도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욕망과 환상에 매달리며, 결과적으로 자아가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뮤지컬 장면은 이러한 붕괴된 심리를 시각화한 장치로 기능합니다. 그는 현실에서 침묵당하지만, 노래 속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외치며 ‘진짜 자아’를 드러냅니다. 이는 억압된 욕망의 분출이자, 동시에 그가 실제 현실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인간관계와 갈등: 폴리 아 되의 심리적 의미
이번 영화의 부제인 ‘폴리 아 되(Folie à Deux)’는 프랑스어로 ‘둘이 함께하는 광기’ 혹은 ‘공유된 정신병’을 뜻합니다. 이는 아서와 할리 퀸의 관계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는 핵심 개념입니다. 두 사람은 각자 사회로부터 소외된 존재로, 상처와 결핍을 안고 있습니다. 서로의 결핍을 보완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상대방의 병리를 강화시키는 관계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공동망상(shared psychosis)이라고 불리며, 한 사람의 망상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어 둘만의 환상 세계를 구축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아서와 할리 퀸은 ‘우리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특별한 존재’라는 신념을 공유하면서, 현실을 부정하고 환상 속에서 유대를 강화합니다. 이는 일종의 공동 의존(co-dependency)의 극단적인 형태로, 서로에게 치유와 위로를 제공하는 동시에, 동시에 병리적 성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이들의 관계는 낭만적 사랑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심리학적 시각에서 보면 이는 ‘상처와 광기를 공유하며 파멸로 나아가는 동반자’의 모습입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관계가 가지는 양면성—즉, 치유의 장이 될 수도, 파괴의 통로가 될 수도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성장인가 퇴행인가: 조커의 최종 변모
조커의 서사는 언제나 ‘성장’과 ‘퇴행’이라는 양가적 해석을 낳습니다. 표면적으로 그는 사회적 약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성장’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이는 성장이 아니라 퇴행(regression)에 가깝습니다. 그는 현실의 고통을 직시하고 극복하기보다, 환상과 광기에 자신을 몰입시킵니다. 노래와 춤은 자기 표현의 방식인 동시에, 현실을 회피하는 방편이 됩니다. 관객들이 그의 무대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는, 우리 역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결국 파괴적 욕망의 해방이지, 건강한 자아의 성장이 아닙니다. 다만, 영화는 퇴행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조커가 사회적 인정과 소속감을 갈망하는 인간으로서 그려진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가진 보편적 욕구를 상기시킵니다. 그는 광기 속에서 자기만의 ‘정체성’을 확립하지만, 그것이 사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파괴적 방식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비극적입니다. 따라서 그의 변모는 성장과 퇴행이 동시에 존재하는 심리적 역설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인간 정신이 단선적이지 않고, 언제나 모순과 긴장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킵니다.
결론
영화 ‘조커: 폴리 아 되’는 단순한 빌런의 기원을 그린 속편이 아니라, 인간 심리의 복잡성과 불안정성을 탐구하는 심리학적 텍스트입니다. 아서 플렉의 성격 구조는 자아와 현실의 균열을 드러내며, 할리 퀸과의 관계는 공동망상이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극적으로 형상화합니다. 또한 성장과 퇴행 사이에서 모호하게 흔들리는 그의 변모는 인간 정신의 이중성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깊은 사유를 던집니다. 이 영화를 단순히 비극적 캐릭터의 이야기로만 보지 말고, 우리 자신이 겪을 수 있는 내적 갈등과 사회적 소외의 은유로 바라본다면 훨씬 더 깊은 울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